데이즈드 DAZED 2018년 5월호 NCT U 태용 인터뷰
NCT U 텐, 태용을 만나다
유리잔 속에 담긴 망고 한 알을 다 먹을 때까지 나눈 짧은 대화.
밤 10시 21분. 기분 어때요?
사진 찍는 거 원래 좋아해요. 촬영할 때 익숙한 포즈나 표정 대신 좀 더 편안하고 나른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. 이렇게 촬영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나올지 아주 궁금해요. 흥미로웠어요.
텐 조금 피곤하긴 한데 기분 좋아요. 오늘 촬영 되게 새롭고 재미있었거든요. 저 보고 계속 멋있는 척하지 말라고 했잖아요.(웃음) 처음에 좀 당황했는데 결국은 편해지더라고요.
호텔 39층 스위트룸이잖아요. 두 사람의 나른한 얼굴을 찍기에 좋은 장소죠.
호텔이라는 공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이나 분위기, 특히 속도가 좋았어요. 되게 편안해졌어요. 저 아까 잠깐 여기가 한국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거든요. 여행 온 것처럼요. 또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.(웃음)
텐 촬영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였는데요. 그냥 내 방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. 실제로 혼자 생각에 빠지기도 했어요.
촬영이 진행될수록 태용은 점점 명랑해지고, 텐은 점점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.
주변 사람들과 팬들은 알고 있는데요. 저는 피곤할수록 텐션이 올라가요. 모든 일이 끝날 때쯤 맥시멈을 찍는 편이에요. 아마 그래서 그렇게 보였을 거예요.
텐 저는 시작할 때 흥분도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. 갈수록 릴랙스하고요. 오늘도 그랬는데, 나중에는 진짜 제 모습이 나온 것 같기도 해요. 평소에 깊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.
요즘은 집보다 호텔에서 생활하는 날이 더 많죠?
네, 아무래도요. 호텔이 좋긴 하지만 확실히 집이 편하죠. 호텔은 편리한 거고요. 호텔이라는 공간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잖아요. 쉬는 거. 그 점이 좋아요.
텐 호텔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잘 수 있어요. 깊게요.
두 사람이 함께한 노래 ‘Baby Don’t Stop’의 모든 면을 좋아해요.
활동이 끝난 지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. 당연한 거겠죠? 텐과 저 모두 열린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 전부를 받아들이고,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. 자유로웠어요. 군무와 듀엣은 무대를 만들고 춤을 출 때 확실히 다르거든요. 군무에는 정해진 규칙이 많지만 듀엣은 단지 서로를 신용하기만 하면 돼요. 옆 사람을 신용해야 한 호흡으로, 한 무대를 멋지게 만들 수 있어요. 텐과 저는 그게 가능했고요.
신용이라는 말이 유독 크게 들려요. 어른스럽기도 하고요.
평소에 사용하는 단어는 아닌데 그냥 지금 나와버렸어요. 우리 무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.
두 사람의 춤 스타일은 좀 다르죠?
확실히요. 연습할 때 보면 취향이나 기준이 다르다는 게 명확히 드러나요. 저는 노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. 비트요. 그다음이 선이에요. 텐은 좀 다를 거예요.
텐 저는 춤출 때 몸으로 말한다고 생각하거든요. 기술적인 것보다 물이나 바람 같은 걸 상상하면서요. 그걸 표현하고 싶어요.
무척 철학적으로 들리네요.
텐 맞아요.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. 기술적인 것보다는요.
춤은 언제부터 추기 시작했나요? 10년 전?
열여덟 살 때부터요. 춤 선생님들에게 하얀 도화지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. 처음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어요. 안 좋은 뜻인 줄 알았죠. 매력이 없다는 것처럼 들렸으니까요. 지금은 하얀 도화지 같다는 게 얼마나 큰 칭찬인 줄 알지만요. 그 도화지에 이제 어느 정도 제 그림을 그려놓은 게 있어요. 춤에 대한 고집이나 확신도 가지고 있고요.
태용은 자존심이 센 편인가요?
굉장히요. 지금은 좀 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. 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. 사실 그게 이기는 거잖아요. 그걸 알게 됐어요.
텐은 잘 울죠?
텐 저요? 쪼끔? 잘 운다기보다는요… 네, 잘 울어요.(웃음)
카메라로 보니 두 사람의 눈과 얼굴이 더 좋아졌어요. 강하고 선명해요.
제 얼굴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. 솔직히 잘생겼다는 말은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.(웃음) 근데 저는 그 말이 싫었어요. 저는 제 외형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. 요즘은 제 얼굴과 몸,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요.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사랑해줄 거란 믿음이 생겼거든요.
텐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얼굴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죠. 딱 그 사람 자체니까요.
텐은 자기 얼굴 좋아해요?
텐 네, 좋아해요. 만족이라기보다는 그냥 ‘이게 나다’라는 확신이 드니까요.
그럼 여름은 어때요?
텐 갑자기요?(웃음) 좋아해요, 여름.
저도 여름 좋아해요.
그런데 5월은 봄일까요, 여름일까요?
지난주에 일본에 다녀왔거든요. 거긴 벌써 벚꽃 시즌이 끝났더라고요. 한국은 이제 시작인데요. 그런 생각 들었어요. 굳이 머리로 계절을 나누고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. 그냥 몸으로 느끼면 될 거 같아요. 제발 해만 잘 보였으면 좋겠고요.(웃음)
텐 제가 자란 태국은 비 오는 날과 진짜 더운 날 딱 두 계절만 있거든요.(웃음) 그래서인지 계절이 오고 가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아요. 더우면 얇게 입고, 추우면 두껍게 입고. 그냥 적응하는 거예요.
10년 정도 지나고 또 만나면 어떨까요?
너무 좋아요. 저는 기회를 감사히 여기는 사람이거든요.
텐 저도요. 사진 찍는 건 언제든 좋아요. 오늘처럼 재미있게요.